유럽여행이야기34 《헬싱키에서는 내가 나에게 말을 건다》 헬싱키는 침묵이 있는 도시다. 누구도 다가오지 않고, 누구도 묻지 않는다. 그 조용함 속에서 나는 처음으로 스스로의 감정을 가만히 들여다봤다. 내면이 말하기 시작한 도시는, 그렇게 깊은 휴식이었다. 너무 조용해서, 감정이 들렸다헬싱키에 도착한 첫날,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건 의도한 침묵이 아니라,도시의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감겨드는 조용함이었다.사람들은 조용했고,길도, 바람도,마치 서로의 내면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듯했다.“지금은 말할 시간이 아니야.”헬싱키는 그렇게 내게 말하고 있었다. 침묵이 불편하지 않은 도시한국에서는 침묵이 어색한 순간이 많았다.무언가를 말하지 않으면감정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곤 했다.하지만 헬싱키에서는말하지 않아도 감정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버스에서 눈을 감은 사람의 옆.. 2025. 5. 20. 《두브로브니크의 노을 아래에서》 두브로브니크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바다 풍경화 같다. 바닷바람, 석양, 성벽 위를 걷는 발자국 소리 사이에서 나는 오래된 감정을 꺼내 읽었다. 해가 지는 그 순간, 시간도 감정도 잠시 멈췄다. 이 도시는 해가 질수록 아름다워진다두브로브니크에 도착한 날,나는 해가 지기 전 성벽 위를 걸었다.햇살은 붉고 천천히 기울었고,바닷물은 낮보다 더 깊은 청록으로 빛났다.아무 말 없이 바다를 바라보는 사람들,손을 꼭 잡은 노부부,성벽 위로 비치는 석양.이 도시는 낮보다 저녁에 더 솔직해지는 도시였다. 천천히 걷는 길 위에서 떠오른 생각들두브로브니크는 걷는 도시다.자동차보다 사람의 발이 더 어울리는 도시.성벽을 따라 걷는 길은 단순하지만,그 길에서 떠오르는 감정은 단순하지 않다.나도 모르게오래전 지나온 사랑과 이별.. 2025. 5. 19. 《부다페스트의 다리 위에서》 부다페스트는 낮보다 밤이 더 아름다운 도시였다. 도나우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위에서 바라본 야경은 내 마음 깊숙한 감정을 천천히 끌어올렸다. 그곳에서 나는 빛과 어둠이 함께 있는 감정의 풍경을 만났다. 부다와 페스트 사이, 강이 흐른다부다페스트는 이름처럼 두 도시로 나뉘어 있다.강의 서쪽은 부다, 동쪽은 페스트.그 사이를 도나우강이 조용히 가로지른다.나는 처음 이 도시를 걸으며,내 마음도 두 도시처럼 나뉘어 있음을 느꼈다.밝게 웃고 있지만 마음 한켠이 무거운 날들바쁘게 움직이지만 어딘가 허전한 감정들부다페스트는 그런 이중적인 감정을있는 그대로 품어주는 도시였다. 다리 위를 걷는다는 건, 마음을 잇는 일도나우강을 건너는 세체니 다리는낮엔 웅장하고, 밤엔 조용히 빛난다.그 위를 걷다 보면양쪽 도시에 켜진 .. 2025. 5. 18. 《블레드 호수에 비친 내 마음의 잔잔함》 블레드 호수는 말이 많지 않은 곳이다. 조용히 흐르는 물결, 한가로이 노 저어 가는 배, 산책길의 바람 속에서 나는 오랜만에 스스로를 바라봤다. 삶의 소음에서 벗어나, 마음이 잔잔해지는 여행이었다. 소리를 잃고 나서야 마음이 들렸다슬로베니아는 잘 알려진 관광지는 아니다.그래서 더 좋았다.특히 블레드 호수는**그 어떤 풍경보다 ‘소리가 없는 풍경’**이었다.처음 호숫가에 섰을 때나는 본능적으로 숨을 참았다.혹시 내가 낸 숨소리조차 이 고요를 깨트릴까 봐.그만큼,그 조용함은 깨기 아까운 분위기였다. 호수 위를 천천히 밀고 가는 배 한 척블레드 호수에는 오랜 전통의 ‘플레트나’라 불리는 노젓는 배가 있다.엔진도 없고, 빠르지도 않다.그저 노를 젓는 사람의 리듬에 따라물살을 천천히 가르며 섬으로 향한다.배를.. 2025. 5. 18. 이전 1 2 3 4 5 6 7 8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