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이야기34 《리가,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는 도시》 리가에서는 빛이 곧 감정이었다. 햇살은 건물의 곡선 위를 미끄러지고,그림자는 마음속 어느 구석에 가 닿는다. 이 도시를 걷는다는 건, 감정의 음영을 따라 걷는 일이다. 리가는 감정을 직선으로 말하지 않는다리가의 거리엔 곡선이 많다.고딕 양식의 첨탑도,아르누보 양식의 창문도,그리고 흐릿한 하늘빛도.감정은 직선이 아닌曲선으로 흘러간다.낡았지만 우아한 건물들천천히 이동하는 빛의 궤적그리고 그 안에서 일렁이는 나의 그림자“감정은 어쩌면그림자처럼, 빛에 기대야만 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오래된 중심가에서 시간을 만나다리가의 중심,돔 광장 근처를 걷다 보면시간이 아주 낯선 방식으로 흐른다.시계탑의 종소리카페에서 들리는 바이올린돌아보는 풍경마다 어딘가 애잔한 감정빛이 퍼지던 오후나는 이해했다.“이 도시는기억을 부.. 2025. 5. 31. 《탈린, 고요함 속에서 울리는 시간의 메아리》 탈린은 소리가 적은 도시다. 돌길과 붉은 지붕 사이로 흘러나오는 것은 말보다는 기억이었다.천천히 오르막을 걷다 보면 중세의 시간이 아직도 살아 숨 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탈린의 돌길은 마음의 결을 닮았다탈린에서는 아무도 서두르지 않는다.광장의 분수도, 고양이 한 마리도,심지어 바람조차도 조심스럽다.돌이 많은 길붉은 벽돌 지붕세월에 스민 창틀의 페인트그 위에 앉은 나의 감정도점점 조용해졌다.“과거가 여전히 현재처럼 느껴지는 도시”그것이 탈린이었다. 중세의 고요, 그러나 낡지 않은탈린 구시가지에 들어서면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듯하다.성 올라가는 길성벽 위에서 바라본 발트해바닥에 비친 붉은 노을그 장면은 너무도 고요해서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다.내가 잠시 잊고 있었던 것들,그 모든 감정들이중세의 침묵 안에서.. 2025. 5. 31. 《헬싱키, 감정을 숨 쉬게 하는 도시》 헬싱키는 감정을 조율하는 도시였다. 거세지 않고, 스스로를 강요하지 않으며,그저 감정이 숨 쉴 수 있도록 공간을 내어주는 방식으로 존재했다. 도시는 묻지 않았다. 나는 말하게 되었다.헬싱키에선 아무도 내게 말을 걸지 않았다.하지만 이상하게도나는 스스로 이야기를 시작하게 됐다.공기 중의 습도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빛담담한 건축물의 선그 모든 것들이내 감정을 억누르지도, 재촉하지도 않았다. 감정이 자연처럼 머물 수 있었던 곳핀란드의 자연은 도시 안에서도 살아 있었다.걷다 보면 숲처럼 느껴지는 거리호수처럼 맑은 공기그리고 사람들은감정을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표현하고 있었다. 가장 인상적인 순간 – 템펠리아우키오 교회에서의 침묵암석을 깎아 만든 템펠리아우키오 교회(Rock Church).천장은 자연 채광으로 빛.. 2025. 5. 29. 《코펜하겐, 조용히 정리된 감정의 북유럽》 코펜하겐은 감정마저 정리된 도시였다.불필요한 말은 없었고, 움직임도 컸다 작았다 조용히 조절되었다.이 도시를 걷는다는 건, 자신의 내면을 정리하는 일에 가까웠다. 북유럽의 미니멀함은 감정을 정제시킨다코펜하겐의 거리는 넓고, 말수는 적었다.그리고 그 침묵 속에서내 안의 감정은 자연스레단어 몇 개만 남기고 정리되었다.자전거의 움직임균형 잡힌 간판들차가운 듯 따뜻한 색감그 미니멀함은내 감정의 복잡함까지 덜어주는 듯했다. 움직임은 조용했고, 마음은 더 선명해졌다누군가가 큰 목소리를 낼 필요 없이존재만으로도 평화로웠다.코펜하겐의 거리에는무언의 질서가 흐르고 있었고,나는 그 질서에 편안히 녹아들었다. 가장 인상적인 순간 – 뉘하운(Nyhavn)의 아침형형색색의 건물과 운하가 있는 뉘하운.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한 시.. 2025. 5. 29. 이전 1 2 3 4 ···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