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이야기34 《브라티슬라바에서는 감정이 멈춰도 괜찮았다》— 낯설지 않은 고요, 익숙하지 않은 평온 브라티슬라바는 작고 조용한 도시다. 체코, 오스트리아 사이에 둘러싸인 이 도시는 묘하게 낯설지 않다. 강변을 따라 걷는 동안 감정이 멈추고, 숨이 정돈되며, 익숙하지 않은 평온 속으로 스며들었다. 빠르지 않아서 마음이 따라갔다도시의 크기도, 사람들의 걸음도모두가 느렸다.브라티슬라바의 속도는내가 숨을 고르기에 충분했다.낯선 도시에 처음 도착했지만어쩐지 오래 머물렀던 곳처럼 느껴졌다“이곳에서는 감정을 해석하지 않아도 괜찮다.”그냥 그대로 두어도 괜찮았다. 강은 설명하지 않았고, 그래서 더 깊었다도나우 강변을 따라 걸었다.바람이 불고, 사람들이 무심히 지나갔다.강물은 묻지 않았고,나는 굳이 대답하지 않아도 됐다.그 침묵이무엇보다 깊은 감정이었다.감정이 멈춘 게 아니라고요하게 가라앉은 순간. 가장 인상적인 .. 2025. 5. 26. 《시비우의 골목은 시간을 데려왔다》 루마니아 시비우는 과거가 아직도 거리에 남아 있는 도시다. 석조 건물과 골목마다 잔잔한 시간이 쌓여 있고, 그 속에서 감정은 강해지기보다 깊어진다. 이곳에서는 기억도 조용히 걸어 다닌다. 시간이 멈춘 도시, 아니 '천천히 흐르는' 도시시비우에 들어선 순간,나는 시간을 거슬러 들어온 느낌을 받았다.지붕이 낮고, 창문이 작고건물은 말없이 이야기를 품고 있었고돌길을 걷는 발자국 소리조차 낮게 깔려 있었다이 도시는 “보라”고 말하지 않았다.그저,“그냥 조용히 있어도 괜찮아.”라고 속삭이는 듯했다. 감정이 강하지 않아도 괜찮은 곳시비우에선 감정을 억누르지 않아도,드러내지 않아도 되었다.카페 창가에서 말 없이 책을 읽는 사람그림자 진 계단을 혼자 오르는 노인빈 광장에서 천천히 걷는 여행자들이곳은 감정을 증명하지 .. 2025. 5. 26. 《룩셈부르크에선 삶의 속도가 낮았다》 룩셈부르크는 작고 단정한 도시다. 바쁜 유럽의 한가운데에서 유일하게 속도가 낮은 곳. 조용한 골목, 정중한 거리 풍경 속에서 나는 감정도 천천히 걷는 법을 배웠다. 이 도시는 마음의 체온을 낮춘다. 조용한 품격은 감정을 자극하지 않는다룩셈부르크에 도착했을 때,나는 그 ‘정중함’에 놀랐다.건물도, 사람도, 풍경도무언가를 과하게 말하거나 드러내지 않았다.너무 조용하지도 않고너무 화려하지도 않지만오래 머무르면 편안해지는 감정이 도시는 말보다 ‘태도’로 감정을 건넨다. 이 도시의 속도는 감정과 맞닿아 있다룩셈부르크 시내는 작다.걷다 보면 곧 구시가지에 닿고,조금 더 걷다 보면언덕과 성벽, 그리고 숲길이 이어진다.도시는 작았지만,그 안에서 감정은 훨씬 넓게 움직였다.빠르게 걸을 수 있었지만나는 자주 멈췄다.그리고.. 2025. 5. 23. 《레이캬비크의 바람은 말을 하지 않았다》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는 소리보다 침묵이 먼저 오는 도시다. 말하지 않는 자연, 느리게 움직이는 바람, 그리고 비워진 거리 속에서 나는 감정의 질서를 다시 세웠다. 이 도시는 설명 없이 마음을 정리해준다. 바람은 말을 하지 않았다레이캬비크에 도착한 날,도시는 바람으로 인사했다.누구도 다가오지 않았지만,그 고요함이 어색하지 않았다.찬 바람이 이마를 스치고회색빛 건물들이 바닥을 비추며사람들은 각자의 리듬으로 걸었다그 어떤 도시보다 조용했지만나는 처음으로 스스로와 가까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감정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곳아이슬란드의 풍경은거대하지만 위협적이지 않다.오히려 감정을 무겁게 붙잡아주기보단가볍게 풀어주는 공간처럼 느껴진다.마치 꿈속 같은 새벽안개 속을 달리는 자동차뜨거운 온천수 위로 피어오르는 김자.. 2025. 5. 23. 이전 1 2 3 4 5 6 ··· 9 다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