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하도시3 《브뤼헤, 물 위에 떠 있는 오래된 감정》 브뤼헤는 속삭이는 도시다.수면 위로 흔들리는 집들, 조용히 흐르는 운하, 그리고 그 안에 녹아든 오래된 감정들.이곳에선 모든 것이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지나간다. 브뤼헤의 물길은 내 감정과 닮았다도시는 말을 걸지 않았다.대신 물이 가는 방향을 따라 감정이 움직였다.구불구불한 운하반쯤 열린 나무 창문햇살에 반사된 벽돌 벽그 속에서 나는“감정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도시”를 만났다. 시간은 멈춘 듯 흘렀다브뤼헤를 걷는 것은,마치 누군가의 오래된 꿈속을 걷는 것 같았다.딱딱하지 않은 돌길종소리 대신 물소리낮은 톤의 대화들모든 것이 조용했고그래서 더 깊이 내면으로 가라앉았다. 가장 인상적인 순간 – 로젠후트카이 전망 포인트브뤼헤의 상징인 로젠후트카이(Rozenhoedkaai)거기서 바라본 풍경은 감정이.. 2025. 5. 28. 《브뤼헤에서는 마음이 작아진다》 브뤼헤는 작고 조용한 도시다. 그 조용함은 외로움이 아니라 마음의 간격이다. 붉은 벽돌 건물과 자전거 소리 사이에서, 나는 오랜만에 ‘작아지는 감정’을 느꼈다. 감정을 낮게 말하게 만드는 도시. 첫인상은 조용함보다 ‘낮음’이었다브뤼헤에 도착한 날,나는 이 도시가 ‘작다’고 느꼈다.건물도 낮고, 골목도 낮고,심지어 바람 소리조차 낮았다.그 낮음이 불편하지 않았던 이유는도시가 내 마음도 낮추게 만들었기 때문이다.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작아지고걸음이 느려지고감정이 천천히 따라 나왔다 감정은 언제나 조용한 풍경에 숨는다사람들이 ‘브뤼헤는 지루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하지만 그건, 이 도시의 감정을 못 본 사람들일 것이다.벽돌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오래된 창문에 붙어 있는 손글씨 쪽지커피잔 옆에 놓인 작고 낡은 책.. 2025. 5. 19. 《네덜란드는 나에게 색을 가르쳐주었다》 암스테르담은 단지 자전거와 운하의 도시가 아니다. 흐르는 물빛, 창가의 튤립, 사람들의 눈웃음 속에서 나는 ‘색’과 ‘느낌’이 살아 있다는 것을 배웠다. 네덜란드는 감정에 빛을 칠해주는 도시였다. 첫인상은 ‘밝다’가 아니라 ‘맑다’였다암스테르담에 도착한 날,맑지도 흐리지도 않은 하늘 아래,잔잔한 운하가 도시에 부드러운 결을 만들고 있었다.자전거는 종소리도 없이 지나가고,거리의 사람들은 나를 보지 않지만 이상하게 친근했다.그건 아마, 도시 전체에 흐르는 여유의 온도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카메라보다 먼저 꺼내든 것은 마음이었다.“이곳은 찍는 곳이 아니라, 느끼는 곳이구나.” 이 도시는 풍경보다 ‘창문’이 아름답다암스테르담을 걷다 보면자꾸만 창문을 들여다보게 된다.커튼 사이로 보이는 책장창가에 꽂힌 튤립.. 2025. 5. 1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