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여행2 《헬싱키에서는 내가 나에게 말을 건다》 헬싱키는 침묵이 있는 도시다. 누구도 다가오지 않고, 누구도 묻지 않는다. 그 조용함 속에서 나는 처음으로 스스로의 감정을 가만히 들여다봤다. 내면이 말하기 시작한 도시는, 그렇게 깊은 휴식이었다. 너무 조용해서, 감정이 들렸다헬싱키에 도착한 첫날,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건 의도한 침묵이 아니라,도시의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감겨드는 조용함이었다.사람들은 조용했고,길도, 바람도,마치 서로의 내면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듯했다.“지금은 말할 시간이 아니야.”헬싱키는 그렇게 내게 말하고 있었다. 침묵이 불편하지 않은 도시한국에서는 침묵이 어색한 순간이 많았다.무언가를 말하지 않으면감정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곤 했다.하지만 헬싱키에서는말하지 않아도 감정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버스에서 눈을 감은 사람의 옆.. 2025. 5. 20. 《두브로브니크의 노을 아래에서》 두브로브니크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바다 풍경화 같다. 바닷바람, 석양, 성벽 위를 걷는 발자국 소리 사이에서 나는 오래된 감정을 꺼내 읽었다. 해가 지는 그 순간, 시간도 감정도 잠시 멈췄다. 이 도시는 해가 질수록 아름다워진다두브로브니크에 도착한 날,나는 해가 지기 전 성벽 위를 걸었다.햇살은 붉고 천천히 기울었고,바닷물은 낮보다 더 깊은 청록으로 빛났다.아무 말 없이 바다를 바라보는 사람들,손을 꼭 잡은 노부부,성벽 위로 비치는 석양.이 도시는 낮보다 저녁에 더 솔직해지는 도시였다. 천천히 걷는 길 위에서 떠오른 생각들두브로브니크는 걷는 도시다.자동차보다 사람의 발이 더 어울리는 도시.성벽을 따라 걷는 길은 단순하지만,그 길에서 떠오르는 감정은 단순하지 않다.나도 모르게오래전 지나온 사랑과 이별.. 2025. 5. 19. 이전 1 다음